[대구가톨릭대학교 = 정서희 통신원] 대구가톨릭대학교 조경학과 학생들은 지난 7일 조경설계 과제 일환으로 김승민 디자인 봄 대표 ‘작가정원 리뷰’를 위한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김승민 작가는 박진욱 지도교수의 소개로 만날 수 있었으며, 작가정원 리뷰는 김 작가가 조성한 작품 답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답사에는 대가대 조경학과 정서희, 조재연 학생이 참여했다.
이른 아침 동대구역에서 출발한 학생들은 수서역에서 김승민 작가와 만나 구리갈매 푸르지오 ‘도란도란 이야기가 있는 정이 넘치는 정원’으로 향했다. 마침 7일은 풍다듬이라는 주민커뮤니티가 ‘2020 아름다운 정원 콘테스트’에서 ‘우리 정원’ 분야 최고의 정원상(산림청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소규모 잔치를 연 날이었다. 덕분에 학생들은 정원에 대한 작가 설명은 물론 풍다듬 커뮤니티 회원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풍다듬의 한 회원은 “내가 심은 꽃이 싹이 트고 성장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이 기쁘고 뿌듯하다”며 “풍다듬으로 인해 아파트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커졌고 회원들과 SNS를 통해 꽃이 자라는 모습을 공유하고 대화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만두가게를 하는 부회장을 따라서 서툴게 만두를 빚는 회원도 있었고, 너나 할 거 없이 자리를 양보하고 부족한 음식을 챙겨주는 모습은 그들이 풍다듬이라는 조직으로 인해 얼마나 서로를 배려하고 아끼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또 김승민 작가는 차 트렁크에 각종 연장과 안전모, 안전화를 가득 싣고 다니는 털털함을 보여주면서도 잔치에 참여 못한 회원에게 연락해 안부를 묻거나 만나는 회원들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통해 그동안 김승민 작가가 풍다듬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했는지 알 수 있었다.
김승민 작가가 학생들에게 현장을 보여주고 알려주기에 하루는 너무 짧았다. 하지만 김승민 작가는 학생들을 만나자마자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선물하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보여주고 싶어 했다. 학생들은 구리갈매 푸르지오 뿐만 아니라 ‘2020 경기정원문화박람회’, ‘2016 경기정원문화박람회’ 등 많은 현장을 보고 배웠다.
답사에 동행한 조재연 학생은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그녀의 철학과 경험을 들을 수 있었으며, 책으론 알기 힘든 현장의 생동감을 느낀 좋은 경험이었다. 또 조경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는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학생은 김승민 작가가 다른 학생들에게 꼭 전달해달라고 당부한 말을 중심으로 과제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인터뷰>
Q. 주거단지 정원 조성 시 담장, 동선, 햇빛을 고수한다는 글을 봤다. 동선과 햇빛은 이해가 되는데 담장은 의아함이 든다. 담장은 어떤 이유로 고수하는가?
어릴 때엔 골목에 가면 집마다 담장이 있었다. 물론 아파트에도 담이 있다. 하지만 그 담은 완전히 분리된 차가운 담이다. 내가 살던 곳의 담은 추우면 담장 밑에 앉아서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을 하며 놀던 기억이 있는 따뜻한 담이다. 담은 나에게 향수이기도 하고 성장의 의미이기도 하다. 또 공간 분할을 할 때 차폐 식재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러면 퍼걸러 같은 시설물을 넣게 되는데 예산이 좀 부족하다. 그래서 공간 분리도 되고 시설물이 주는 시각적인 효과를 주는 담을 사용한다. 굳이 돌을 이용하는 이유도 돌은 자연물이기 때문에 세월이 지나도 지루하지 않고 쉽게 질리지 않기 때문이다.
Q. 전통조경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정원은 외래종인 초화류를 식재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정원에 전통적 요소를 녹이려고 노력했나?
우리나라 수종을 식재한다고 해서 전통조경은 아니다. 우리 생활 문화나 전통적인 공간에서 보이는 느낌이 들어갔을 때 우리의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개념을 공간에서 최대한 끌어내려 고민하고 노력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다. 가능하면 차경기법을 많이 이용하려고 한다. 그리고 동선을 쓰더라도 직선보다 곡선을 사용하거나 공간을 한 번에 보여주지 않고 돌아가게 하거나 일부만 보이게 감추고 열어주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그렇다고 전통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시대에 맞는 정원을 찾아가려 노력하고 고민하며 공부하는 중이다.
Q. 공동주택은 공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정원은 사적인 느낌이 강하다. 공동주택에 정원을 조성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두는가?
누구나 쓰기 편해야 하고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세대를 아울러야 한다. 구리갈매 푸르지오 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을 위해 부엉이 조형물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게 앉음석을 두었다. 또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이 있다. 하나의 정원을 만들지만 그 안에 여러 개의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Q.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그냥 한 바퀴 돌아보고 나오는 정원이 있고 그 안에 머무르면서 사고의 활동이 이뤄지는 정원이 있다.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조경인이 되고 싶다. 그게 나의 꿈이다. 끝없이 현장에 방문해서 모니터링하고 나 자신에게 피드백 주면서 성장하는 중이다.
Q. 마지막으로 조경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항상 도전해라. 나는 남들보다 늦게 32살이라는 나이에 조경으로 대학을 갔다. 그때 도전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 동아리도 해보고, 공모전도 나가보고 처음 해보는 것에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것을 쉽게 하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렵게 해야 얻어 가는 게 많다. 나도 구리갈매 푸르지오 작가정원 조성 후에 정원을 방치했다면 이런 기쁨이 나에게 없었을 것이다. 정말 많이 노력했고 돈도 많이 쏟아 부었다. 사람들은 모두 나보고 바보라고 하지만 나는 너무 행복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격은 지키면서 일해라. 인성은 안 되는데 실력만 있는 기업에서는 배울 필요가 없다. 다들 꼭 취직해서 이기고 버텨내길 바란다.